
주중 경기는 유럽의 한국 선수들에게 매우 괴로운 한 주였습니다. 손흥민은 또 페리시치와 동반 출전에서 맞지 않는 전술로 고군분투했고, 이강인은 레체전 맹활약을 펼쳤지만 막판에 팀의 득점이 취소되면서 패배했죠.

세리에A 우승 1순위 김민재 역시 개인 성적은 아주 훌륭했지만 라치오 원더골의 희생자가 됐습니다. 세팀 모두 0대1로 패배하면서 안타까운 한 주를 보냈는데요.

그래도 리그 4위인 토트넘이 한때 강등권이었던 울버햄튼에게 무득점 패배를 한 것도 이변이지만 더 큰 이변은 리그 중위권 리버풀이 우승 도전자인 맨유를 상대로 7대0 대승을 거둔 일이죠.
해외 언론들은 모두 이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은근히 묻힌 감이 있지만 세리에A에서도 이변이 있었습니다.
나폴리가 라치오에게 지긴 했지만 라치오도 챔스 경쟁을 하는 상위권에 속하는 팀이기 때문에 이변이라고 할 것까진 없지만 지난 시즌 우승팀의 AC밀란이 리그 12위에 피오렌티나에게 1대2로 무릎을 꿇은 겁니다.
나폴리가 워낙에 잘 나가는 중이라 우승 경쟁은 끝난 감이 있지만 그래도 2위 경쟁은 아주 치열해서 인터밀란, AC로마, AC밀란, 라치오가 서로 엎치락 뒤치락하던 상황인데요. 이 네팀 중에 오직 AC밀란만 패배하면서 뒤처지게 됐습니다.

나폴리가 라치오에게 졌다고 해도 승점 65점으로 저 멀리 앞서 있고, 인터밀란이 드디어 레체를 이기고 승점 50점 고지를 밟았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나폴리와는 다섯 경기나 차이가 나는데요.
라치오는 이번 승리로 단독 3위, 무리뉴의 AS로마와 AC밀란은 승점 47점으로 동률이지만 AS로마가 골득실에서 앞서면서 4위이고 AC밀란은 챔스권 밖으로 밀려나 있습니다.
현재 위치만 보면 토트럼과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는 팀 같지만 두 팀의 상황은 전혀 다릅니다. 바로 직전 시즌의 AC밀란은 11년 만에 리그 우승을 차지하면서 삼년간의 리빌딩에 성공한 팀이고 토트넘을 챔스 16강 1차전에서 1대0으로 제압한 팀입니다.

2010년대에는 성적이 부진했지만 2020년대에 들어서며 개과천선에서 과거의 영광을 되찾는 중이죠. 이래봬도 세리에A에 소속된 팀들 중 챔피언스리그 최다 우승팀입니다. 무려 일곱 번이나 챔스 우승을 하면서 레알 마드리드 다음으로 전 세계 1위 어마어마한 역사를 자랑합니다.
게다가 리빌딩에 성공하면서 선수들의 평균 연령은 고작 25.7세, 한때는 이탈리아의 최고령 팀이었지만 지금은 최연소팀 됐습니다. 그만큼 앞으로의 미래가 창창한 어리고 강력한 팀으로 부활한 건데요.
직전 시즌에 우승한 팀 치고는 리그 성적이 조금 안 좋긴 합니다. 이번 시즌 25번째 경기에서 패배하면서 14승 5무 6패로 골득실은 +10골, 골득실만 따지면 리그 7위로 6위인 아탈란타보다 낮습니다.
이 부문 최강자는 당연히 나폴리로 58득점에 16실점, 골득실 +42. 2위인 인터밀란보다 12골 많이 넣고 12골 적게 먹은 엄청난 수치입니다. 아무튼 힘차게 부활을 선언한것 치고는 밀란의 경기력이 주춤하면서 살짝 김이 빠진 상황으로 보여지는데요.

당연히 김민재의 나폴리와는 우승 경쟁을 엄두도 낼 수 없죠. 이렇게 밀란에 대한 소식을 전한 이유는 이번주 목요일 새벽 5시, 토트넘과 챔스 2차전을 하기 때문입니다.
AC밀란이 1차전에서 1대0으로 이겨서 8강 진출에 유리한 상황이 됐지만 원정 다득점 규칙이 사라지면서 그들은 결코 안심할 수는 없습니다. 게다가 이번에는 토트넘은 원정이고 콘테 감독까지 복귀한다고 하니 아무래도 더 긴장이 될 겁니다.
토트넘에겐 올 시즌 가장 중요한 순간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막상 영국 현지에서의 분위기는 그렇게 들떠 있지는 않습니다.

담낭 제거 수술을 한 감독이 부상 투혼으로 이탈리아 원정을 갔다면 일반적으로는 박수 받아 마땅한데 콘테는 “오히려 쉬지 그랬냐”며 면박을 당하기도 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스텔레니 코치가 이번 밀란전까지 감독 대행을 하는 게 더 승률이 높을 거라고 말도 있었습니다.
울버햄튼은 교체 카드 5장을 다 써서 결국에는 경기 흐름을 바꾸고 득점까지 만들어내는 동안 토트넘이 한 교체라고는 3달뒤에 팀을 떠날 모우라를 쿨루셉스키 대신 투입한것 전부였는데요.
선제골을 먹히자 포로를 빼고 뒤늦게 에메르송을 투입했고 후반 40분이 되어서야 공격수인 히샬리송을 투입하는 어처구니 없는 용병술을 보여줬습니다. 공격수를 더 투입해도 모자를 판에 교체 카드 두장은 끝까지 아끼다가 그대로 패배해버린것입니다.
심지어 최악의 활약을 펼친 페리시치는 이번에도 풀타임을 소화했고 패스 성공률 69%, 크로스 성공률 20%라는 최악의 킥 정확도는 물론이고 볼 경합 승률은 40%밖에 안 되고 무려 19번이나 공을 뺏기면서 정말 재앙 같은 경기를 했습니다.

스텔리니 수석코치는 경기 인터뷰에서 교체 타이밍에 대한 질문을 받았는데 이 질문에 대해 “울버햄튼의 후반전 기세에는 5분 만에 적응했다. 우리 선수들이 경기를 컨트롤하고 있었기 때문에 교체할 이유가 없었다”라면서 용병술에는 문제가 전혀 없었다는 듯 “교체는 정상적이었다”고 답했는데요.
스텔리니 코치가 말한 후반전 5분간 점유율은 62대38로 밀리고 있었고 토트넘의 패스 성공률도 올버햄튼보다 10%나 더 낮았던 상황입니다. 후반전 10분에는 차이가 더 벌어져서 점유율은 72대28, 패스 성공률은 84%대에서 70%대로 더 부정확해진 모습을 보였습니다.
콘테와 스텔리니가 이런 상황에서 “토트넘 선수들이 잘 대응했다”고 판단하자 해외 팬들도 인터뷰 내용을 보고 분노를 참지 못하고 있는데요.

“우리랑 같은 경기를 본 거 맞아?”, “콘테와 코치진들이 어이 없는 고집을 부리는 전형적인 장면이야. 스탯이 다 말해주잖아”, “콘테 핸드폰이 고장 난 건지, 아니면 콘테의 눈이 고장 난 건지 모르겠네”, “지고 있는 상황에서 교체 카드를 아끼는 작전이 언제부터 정상이었지”, “페리시치가 풀타임을 소화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콘테는 짤려야 해”
“콘테 사단은 고의로 토트넘을 망치고 있어”, “후반전 시작하자마자 기세가 완전히 넘어갔는데 아무 행동도 안했어. 지고 싶은 거지”, “어떻게 이런 말을 할 수 있지?”, “아무것도 안 하다가 골 먹힌 다음에 한다는 교체가 모우라 투입이라니”, “이럴거면 뭐 하러 셰필드전 로테이션 돌렸을까? FA컵이라도 최선을 다했어야지” 등의 반응이었는데요.
하지만 그래도 이번 복귀전만큼은 180도 다를 거라고 믿습니다. 다음 시즌 챔스 진출이 불투명해졌는데 이번에라도 8강 진출을 해야 되기 때문입니다.

손흥민이 토트넘을 떠나려고 해도 챔스 무대에서 득점을 하면서 다른 팀들의 이목을 끌어야 가능하기 때문인데 토트넘은 챔스 8강에 진출하면 곧바로 1,060만 유로를 받게 되는데 이건 FA컵 우승 상금의 3배 이상입니다.

돈 좋아하는 레비 회장 역시 이걸 놓치고 싶진 않을테니 어떻게 봐도 페리시치 실험은 실패가 맞으니까 AC밀란과의 2차전에서는 고집을 버리길 수많은 축구팬들이 바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