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을 사랑하는 할리우드 슈퍼스타 중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줄여서 ‘로다주’라고 불릴 정도로 한국 팬들에게 친숙한 그는 ‘아이언맨’으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20대의 젊은 나이로 아카데미상 후보의 노미네이트 될 정도로 훌륭한 연기력과 인성은 물론이고 탁월한 유머 감각으로 분위기를 이끌어가는 고품격 대배우인데요.

영화 홍보차 한국을 방문했을 때 한 기자가 그에게 “지금 아이언맨 슈트를 입고 있다면 한국에서 무엇을 하고 싶으냐?”라는 재밌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그는 “공항에서 시내까지 사람들을 운반하고 싶다”며 “한 번에 3명까지 가능할 것 같다”라고 센스 넘치게 말해 듣는 이들을 박장대소하게 만들었는데요.
이어진 대답은 더욱 놀라웠습니다. “한국에서 고깃집을 차리고 싶다, 고기를 내 가슴판 위에서 구워주고 싶다”라고 말했기때문인데 이 멘트만 보더라도 로다주가 한국식 바베큐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영화 홍보 때마다 한국을 빼놓지 않고 들리는 로다주, 그런데 그가 일본을 한 번 다녀온 이후로 다시는 방문하지 않고 있다고 하는데요. 그가 일본에 대해서만큼은 극도로 혐오하는 감정을 가감없이 드러내는 이유 과연 무엇일까요.

사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1980년대 할리우드에서 뜬 청춘 스타들을 가리는 ‘브랫팩’ 내에서 톰 크루즈와 어깨를 나란히 하던 배우였습니다.
결국 그가 가장 성공시킨 프랜차이즈 마블의 아이언맨으로 벌어들인 수익은 수백억대를 호가할 정도고, 가장 마지막 시리즈인 어벤저스 엔드게임 영화 한편으로만 878억원을 벌여들였다고 하니 정말 엄청나죠.

그렇지만 이런 그도 늘 승승장구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수시로 재활치료센터를 드나들다가 결국 드라마 촬영 도중 불법약물 소지 및 약물 검사 거부로 교도소에 수감되느라 시즌 중반에 갑자기 자취를 감추기도 했는데요.
일반적인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나는 불법 약물의 힘으로 창의력을 높이려 하는 집안에서 자라났다”라는 말을 하기도 했던 그는 영화 감독이었던 아버지의 지원으로 영화에 단역으로 출연하는데요.

워낙 근사하게 생긴 데다 연기력도 좋았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주연 자리를 꿰차게 됩니다. 1989년 로다주는 불법 약물에 쩌든 젊은이들의 암울한 모습을 그린 영화 ‘회색 도시’에서 주인공 줄리안 역을 맡게 됩니다.
그 후 찰리 채플린의 전기 영화 ‘채플린’에서 신들린 연기를 펼쳐 1992년 미국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에선 후보까지 오르고 영국 아카데미에서 수상했죠.
그러나 반복적으로 체포되고 재활하고 또 불법 약물을 복용하던 그는 7년간 동거하던 사랑하는 연인 사라 제시카 파커와 결별하고 촬영 일정을 펑크내는 등 문제를 일으킵니다.
결국 불법 약물에 취한 상태로 운전하던 그는 경찰에 붙잡혔고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지만 집행유예 조건인 약물 검사를 제대로 받지 않아 교도소에 수감되게 된 것입니다. 가까스로 보석금을 내고 교도소에선 풀려났지만 어느 감독도 그를 캐스팅하지 않았죠.

그러던 어느날 그는 영화 ‘아이언맨’의 캐스팅 공고를 발견합니다. 그야말로 알코올 중독자에서 영웅으로 성장하는 토니 스타크 역의 제격이라고 생각한 감독은 제작사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그를 전격 캐스팅했고 이 영화는 박스오피스를 석권하며 전 세계적인 흥행을 거두게 됐죠.
지금까지 로다주의 지난 삶을 이야기한 이유는 그가 일본을 경기를 일으킬 만큼 싫어하게 된 이유가 바로 그의 아픈 과거와 연관이 있기 때문입니다. 2008년 아이언맨1 홍보를 위해 일본을 찾은 로다주는 그 후로 10년 넘게 단 한 번도 일본을 방문하지 않았습니다.

일본 영화 시장이 동북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지 않다는 걸 고려하면 선뜻 이해하기 힘든 일인데요. 아이언맨 홍보를 위해 2013년, 2015년 연속으로 한국을 찾은 데다 일정만 소화한 것이 아니라 개인 시간을 활용해 관광까지 알차게 보내고 간 것과는 사뭇 다른 행보입니다.

사건의 발단은 이렇습니다. 2008년 일본 나리타 공항을 통해 입국한 로다주는 왜 끌려갔는지 제대로 된 설명을 듣지도 못한 채 입국 2차 심사대로 넘어가 억류돼 있었습니다.
이유를 물어도 일본인들은 굳은 얼굴로 묵묵부답 아무 잘못도 하지 않은 로다주에게 윽박지르듯 심문까지 합니다. 외국인을 상대하는 기관이라지만 출입국 관리국은 매우 불친절했고 의사소통을 위한 통역이 제대로 상주하지도 않았는데요.
결국 6시간이 지나서야 로다주는 자신이 20대에 불법 약물과 관련해 수감된 전력이 있어 벌어진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당시 일본 언론에 따르면 로다주는 프로의식을 발휘해 “사전에 약속한 아이언맨 프로모션 일정만 치르게 해주면 두번 다시 일본에 찾지 않겠다”고 사정했다고 합니다.
일본은 1년 이상 징역 또는 불법 약물 범죄자의 입국을 거부하고 있어 페리스 힐튼 등도 거부당한 전력이 있다고 하죠. 물론 규정에 따라 입국 심사를 엄격히 진행하는 건 충분히 이해할 수 있지만 무작정 억류한 일본 공항의 행태는 올바르다고 보기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사정하다시피 입국했지만 그 후에도 일본과의 악연은 계속됐습니다. 한 고비 넘긴 로다주는 이제는 별일이 없겠지 안심하며 스태프들과 식사를 했는데 그때 먹은 소고기를 먹고 식중독에 걸려 앓아 눕게 된 것이죠.
3일 만에 2kg 이상 몸무게가 빠졌다고하니 얼마나 끙끙 앓았는지 짐작이 될 정도입니다. 대부분의 일정도 취소할 수밖에 없었죠. 그런데 더 경악할 만한 일이 벌어집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그는 20대에 불법 약물과 관련한 문제가 있었습니다. 온전히 끊은 후 로다주는 금주까지 선언했는데요. 일본 팬 대상으로 열린 행사에서 하필이면 금주 중이던 그에게 술을 마실 걸 강요한 것이죠.

이때 트라우마가 얼마나 컸던지 로다주는 한 미국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일본은 가지 말았어야 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일본에서 최악의 경험을 한 로다주 그렇다면 한국은 어땠을까요.

로다주가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을 보면 알 수 있는데요. “가끔 사람들이 정말 나를 좋아하는지 궁금해질 때가 있다. 그럴 때 나는 한국을 간다.”라는 글과 함께 한 편의 영상을 게재했는데요. 영상의 내용은 로다주가 내한하는 모습과 공항을 가득 메운 한국 팬들의 열렬한 환호가 담겨 있었습니다.
활짝 웃는 얼굴로 팬들과 일일이 악수하고 사인까지 해주는 그는 진심으로 행복해하는 모습이 보였는데요. 심지어 과거 방문 일정 중에 생일이 있었던 로다주는 한국 팬들과 성대한 파티까지 열었었답니다.
한국 방문 내내 sns에 글을 올리고 한국어로 “한국 사랑해요”라는 해시태그까지 센스를 보여줬죠. 그는 한국 방문의 첫 기억을 잊지 못합니다. 그 뒤로 제작사에게 부탁해 월드 투어의 첫 번째 행선지로 한국에 가자고 부탁하기도 했는데요.
그는 아이언맨 영화와 한국인의 정서가 잘 맞는다고 생각하고 개인적으로 애정을 품은 곳이라 꼭 첫 번째로 방문하고 싶다고 밝혔죠. 아무래도 한국인의 열기와 환호를 받고 월드 투어를 시작한다면 좋은 기운을 이어갈 수 있어서가 아니었을까요.

로다주는 기자회견장에서 싸이의 강남 스타일 말춤 동작을 선보이며 등장했는데요. 그는 “한국인들에 대한 좋은 추억을 갖고 있었는데 5년만에 다시 오게 돼 정말 기쁘다”며 어제 공항까지 와서 환대해준 팬들에게도 감사하다는 말 전하고 “밤늦게 고생해서 공항에 왔을 텐데 따뜻하게 저를 맞이해줘서 행복했다”고 말했습니다.
팬들을 살뜰히 챙기는 그의 인성과 한국에 대한 호감을 엿볼 수 있는 사려 깊은 모습이었죠. 이어 “한국 팬들 덕분에 아이언맨이 성공했다”며 감사하다는 인사를 남겼습니다. 영화 아이언맨 흥행 이후 로다주는 총 4번 한국을 찾았습니다.

그런데 다시 한번 로다주가 한국 사랑을 외치게 만든 사건이 있었는데요. 자신이 주연으로 출연한 영화 ‘닥터 두리틀’이 한국에서 첫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한 일이었죠. 그는 영화 흥행의 신호탄을 훌륭하게 쏴준 한국인들에게 감사 인사를 sns를 통해 전합니다.

“사랑한다 한국. 진짜 최고다”라는 말을 덧붙이며 “한국에 다시 갈 날만 기다린다”고 고백했는데요. 그의 한국 사랑은 단순한 립서비스는 아닌 것 같습니다.

그의 재기 발판이 됐던 아이언맨이 후속편을 찍을 수 있는 든든한 팬들의 사랑을 확인한 곳이 바로 한국이었고, 로다주도 이 점을 잊지 않고 지금 자신의 성공을 한국 덕분이라고 여기고 있기때문입니다.

뿐만 아닙니다. 요즘 로다주는 박찬욱 감독과 드라마 ‘동조자’ 촬영에 한창인데요. 얼마 전 진행된 박찬욱 감독과 연예매체 ‘할리우드 리포트’와의 인터뷰에서 박 감독은 로다주와 함께 일하는 소감도 밝혔습니다.
박 감독은 “로다주는 두 말할 것 없이 최고”라며 “그는 언제나 즐겁고 유쾌한 캐릭터이며 세트 전체를 밝게 만드는 성격이다. 모든 스태프와 배우들의 이름을 기억하고 친절하게 대하며 연기 또한 놀라울 정도로 재치 있는 대사를 즉흥적으로 만들어낼 정도로 노련하다.”
“나의 조국 한국에 대한 애정도 각별해 나와 틈만 나면 한국 이야기를 하며 근처 한식당을 찾곤 한다. 일이 끝난 뒤에도 소탈하게 코리안 바비큐와 소주를 먹는 낙으로 힘내고 있다”고 말했죠.

한국에 올 때마다 아무 방해 없이 거리를 다닐 수 있어 좋다고 말하는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그가 한국을 그리워하는 만큼 한국 팬들도 그의 영화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는데요. 좋은작품으로 다시 한번 한국을 방문하길 바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