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 하나에 수많은 하모니를 가진 가수 최백호씨는 낭만가객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의 젊은시절은 낭만보다는 오히려 한이 많았습니다.
1950년 부산 기장군에서 태어났는데 최백호씨의 집안이 화제를 불어일으킨 사건이 있었는데 바로 최백호씨의 아버지 최원봉씨는 독립운동가이자 대한민국 2대 국회의원을 지낸 바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아버지 최원봉씨는 최백호씨가 태어나고 생후 5개월이 됐을때 아들을 보러 오는길에 교통사고를 당해 세상을 떠나게 됩니다. 그의 친할아버지는 어린 손주를 애비 잡아먹은 자식이라고 생각해 내쳤습니다.
아버지없이 생활이 어려운 그의 가족에게 경제적 도움을 전혀 주지 않는데 당시 그런 한이 맺혀 지금도 친가쪽 사람들과 연을 끊고 산다고 합니다.
“당시 어머니는 시골 초등학교 선생님이었는데 어머니가 전근을 가면 어머니를 따라 여기저기 떠돌이처럼 생활을 했다.”
“잦은 전학과 아버지의 부재에서 오는 외로움을 달래려 초등학교 시절부터 나무 위에 올라가 습작하던 습관이 스스로 노래를 만들게 하는데 밑거름이 된 것 같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그는 어렸을 때 그림에도 재능을 보였는데 학창시절 꿈은 영화 감독이었다며 고등학교를 졸업할 무렵 영화감독이 될 결심을 하고 모 대학의 연극 영어학과에 들어가지만 가정형편이 어려워서 진학을 포기하게 됩니다.
“이미 누나 둘이 대학에 재학 중이었는데 어머니의 수입으로는 막내까지 대학에 보낼 처지가 안 됐어요.”
어머니가 그에게 일년만 있다가 대학에 가면 좋겠다고 해서 그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집에서 혼자 그림 공부를 하는데요. 이후 어머니는 박봉이였던 교사월급으로 생활하기 어렵다는 판단을해 부산에서 장사를 시작하게 됩니다.
그런데 얼마 안가 어머니가 췌장암에 걸려 불과 몇개월만에 돌아가시게 됩니다. 그후 그는 먹고 살기 힘들어 차라리 군에 입대하고 말죠. 그러나 입대 반년만에 결핵에 걸려 군에서 의가사 제대합니다.
이후 최백호씨는 경남 동래군의 일광해수욕장 인근에 가장 싼방을 구해 혼자 요양생활을 시작하는데 월세를 낼 돈 마저 떨어지자 산속에 들어가서 오두막을 지어서 기거하게 됩니다.
최백호씨는 당시를 이렇게 기억했습니다. “중고 기타 하나 들고 산속으로 들어갔다. 2년간 지독하기도 힘들었던 시간은 기타 치고 노래 부르고 그때그때 떠오르는 생각들을 습작하면서 음악에 집중했다.”
최백호씨 노래에 쓸쓸함과 고독이 짙게 묻어나는 것은 이런 어린 시절과 청년 시절을 보냈기 때문인듯합니다. 약 2년간의 요양으로 몸이 어느 정도 회복되자 최백호씨는 우연히 부산의 한 라이브 클럽에서 노래할 기회를 얻게 되었는데요.
친구의 매형이 라이브 클럽을 운영하면서 노래할 가수를 찾자 손님이 드문 시간대에 노래를 부르기로 하고 무대에 오르게됩니다.
그런데 일주일 만에 입소문이 났고 서울의 쉘부르 출신 가수들이 내려와 노래하던 대형 라이브 클럽으로 스카웃 됩니다. 최백호씨 특유의 허스키한 목소리와 짙은 음색으로 사람들을 매료시킨것인데요.
그는 “사는 게 절망적이었는데 통기타를 들고 노래하는 순간 돈이 생긴 것이죠. 노래하면서 ‘좋다, 즐겁다’라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라고 말합니다.
‘이거하면 돈이 나오고 배도 안고프다’라는 그 생각 뿐이었다고 하는데 이렇게 최백호씨는 먹고 살기 위해 통기타 가수가 됩니다.
그 당시 ‘아내에게 바치는 노래’로 유명한 가수 하수영씨를 우연히 만나게되고 하수영씨는 그를 서라벌레코드에 소개시켜줍니다. 이후 서라벌레코드와 5년 전속계약을 한 그는 1977년 1집 <내마음 갈곳을 잃어>를 발표합니다.
이 노래 가사를 듣고 사람들은 연인과의 이별을 떠올리지만 사실은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만든곡이라고 합니다. 어머니를 떠올리며 쓴 이 사모곡으로 mbc에서 신인상을 받는 등 바로 인기 반열에 올랐습니다.
연이어 <그쟈> <입영전야> 등이 대히트하며 승승장구하게 됩니다. 그러나 수익을 제대로 배분받지 못해 형편이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앨범은 물론 지방공연 수입조차 안줘 하숙집에 월세를 못 낼 정도였다고 하며 그때 ‘지구레코드’에서 900만 원에 스카웃 제안을 받게됩니다.
당시 반포아파트 21평이 1200만원 하던 시절로 야심차게 지구레코드로 옮긴 그는 1979년 3집 <영일만 친구>를 발표하는데 또다시 대대적인 히트를 치게됩니다.
하지만 그의 독주를 일부러 막듯이 그후 <낭만에 대하여>라는 노래로 뜨기 전까지 무려 15년이라는 긴 슬럼프에 빠지게 됩니다.
야심차게 내놓은 앨범이 외면을 받으며 생계를 위해 밤무대를 전전하며 살아갑니다. 그런 와중에 만난 사람이 당시 최고의 여배우 중 한명이었던 김자옥씨였습니다.
그는 앞날이 불투명한 신인급 가수였을 뿐인데 낭만제일주의자였던 김자옥씨는 그와 사랑에 빠져 1980년 결혼을 감행하는데 3년만에 이혼을 하게 됩니다.
김자옥씨는 결혼과 동시에 연예계를 은퇴하면서 연예계 생활을 청산하는 듯 했지만 1년여 만에 다시 나와 활동을 재개합니다. 이 당시 최백호씨가 발표한 노래는 <고독>으로 두 사람 사이의 갈등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최백호씨와 김자옥씨, 두사람 모두 각각 다른 상대방과 그 다음 해에 재혼하는데 최백호씨는 재혼하고 나서도 굉장히 힘들었다고 전해집니다.
돈을 거의 못 벌었다던 그는 술집에서 노래하는것이 지쳐가던중 지인의 미국행을 제안에 한달만에 짐을 꾸려 가족과 함게 1990년 미국으로 떠나게 됩니다.
미국이민을 가서 한인방송국 라디오 DJ로 활동 그때 미국 처가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하는데요. 그러나 한인방송국이 문을 닫게 되고 그곳의 삶도 녹록지 않게 되자 1992년 귀국합니다.
1994년 <낭만에 대하여> 노래로 다시 활동 시작, 드라마 작가 김수현씨가 우연히 차를 타고 가다가 이 노래를 듣게 되었고 드라마 <목욕탕집 남자들>에서 장룡씨가 이 노래를 흥얼거렸으며 일년반 가량 후 폭발적인 반응을 보입니다.
이후 그는 ‘낭만’이라는 키워드를 꽉 쥔 가수로 부각되며 그의 진가를 제대로 인정받기 시작해 지금까지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최백호씨는 최근에도 동료나 후배들에게 곡을 선물하고 아이유와 듀엣을 하는 등 열린 마음으로 교류하고 있는데 그는 지금까지 가수로 활동하며 살아남은 이유를 이렇게 말하기도 했습니다.
“부모의 영혼은 자식에게 깃들어 작용하는듯 해요. 제가 부모님께 물려받은 DNA도 있지만 능력치를 넘어 뭔가가 작용한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거든요. 문뜩 악상이나 영감이 떠오를 때도 부모님의 힘이라고 생각하죠.”
살아생전 어머니는 28살의 젊은 나이에 국회의원이 되셨으며 기골이 장대했던 아버지의 얘기를 많이 해주셨고 그런 아버지의 얘기는 어린 자신에게 마치 신화처럼 느껴졌다고 합니다.
또한 어린 시절 그의 머리맡에는 늘 아버지의 사진이 있었고 비록 곁에 안계시지만 항상 본인을 지켜준다고 생각했다고 하며 어머니에 대한 그의 사랑은 이미 노래로 표현되었습니다.
또한 최백호씨는 놀라운 고백을 하기도 했습니다. “단돈 10원도 벌지 못한 시절이 있었다. 때문에 처가의 도움을 받기도 했다”며 “그때 어떻게 살았을까. 사흘을 계속 울고 다녔다”라고 말합니다.
최백호씨는 어려움을 겪었던 시기를 함께 버텨준 아내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드러내며 아내와 음악 때문에 힘든 시절을 버틸 수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그는 “음악을 전공한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대충 배워서 기본이 없다.”라고 하지만 그의 음악은 사람들의 심금을 올리기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작사, 작곡, 노래까지 다하기 때문에 저작권료로 벌어들이는 수입이 많다는 말에 최백호씨는 “저작권료를 많이 받는다. 어떤 면에서는 아무런 노력 없이 나오는 돈이라 많은 액수를 받는 것에 항상 미안하고 죄송한 마음이다.”라고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가수 김호중씨가 자신의 롤모델이 최백호이라고 밝히기도 했는데요. 최백호씨는 70살이 넘어서 자신의 목상태가 최고점에 다다랐다고 하는데 젊었을때보다 폐활량이 더 커졌다고 합니다.
하지만 2019년 이러다 먼저 가는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아파서 몸무게가 무려 10킬로나 빠졌다고 하고 전국투어 도중 쓰러지기도 했다고 합니다.
이러한 몸상태에도 최백호씨는 계속 노래를 하겠다고 하는데요. 예술가라는 말로도 모자라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최백호씨가 건강하게 오래오래 좋은음악 많이 들려주시길 바라며 그의 앞날을 계속 응원합니다.